병기兵器의 종류는 많지만 크게 장병기長兵器와 단병기短兵器로 나누어 진다. 고대의 병기 제도에서는 낭선狼筅ㆍ죽장창竹長槍ㆍ장창長槍 등을 장병기로 분류하였고,
곤봉棍棒ㆍ당파鐺鈀ㆍ월도月刀 등은 단병기로 분류하였으나, 현대에는 곤봉ㆍ당파 등 자루가 긴 병기 역시 장병기로 분류하고, 검劍이나 도刀와 같이 길이가 짧은 병기를
단병기로 분류하고 있다.
장병기의 기법技法은 검이나 도와 마찬가지로 무예의 기본기법基本技法 원리를 바탕으로 한 견실한 기본공基本功을 갖추는 동시에, 병기를 사용하는 손의 숙달과
신법身法, 보법步法의 배합을 통하여 공격과 방어에 병기 형태에 알맞은 쓰임새를 발휘하는 데 있다.
병기 형태에 알맞은 쓰임새란 창槍을 예로 들면 창첨槍尖으로는 찍고 찌르는 데 사용하고, 창봉槍鋒으로는 내리치거나 돌려치는 데 사용하며, 창자루 초단梢段으로는
난창攔槍, 나창拿槍 혹은 권창圈槍에 사용하며, 중단中段으로는 위로 올리고 내리누르고 밀어내는데 사용하고, 파단把段으로는 들어 올리고 덮어 누르고 감아 돌리고
치는 데 사용하며, 창근槍根으로는 찌르거나 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병기의 형태는 공격과 방어에 알맞은 쓰임새를 발휘하는 한편, 불리한 면이나 허점을 노출시키기도 쉬우므로 운용 중에는 그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보충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창은 비록 각 부위를 운용하는 기법이 있다고는 하나, 길이가 길고 그 끝이 예리하므로 곧게 찌르고 멀리 떨어져 상대를 공격하고 방어하는 장격長擊의
법法을 주요 기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길게 나가면 회수하기가 어려우므로 단병기가 몸에 가까이 접근하면 응수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만약 장병기를 짧게 사용하는 법을(장병단용長兵短用) 모른다면, 상대를 공격하여 적중시키지 못했을 때에는 긴 것이 오히려 해가 되고, 상대의 단병기가
가까이 접근하면 마치 빈손과 같은 것이다.
장병단용長兵短用의 법은 반드시 손과 발이 배합을 이루어야 한다. 여유 있으면 보법步法으로 물러나고, 급하면 창자루를 수축하여 상대의 병기가 내 창 안으로
가볍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내 수중의 창이 한자一尺만 수축할 수 있으면 또다시 상대를 찌를 수 있는 것이다.
옛글에 『장병기는 짧게 사용하는 것(장병단용長兵短用)을 귀하게 여기고, 단병기는 길게 사용하는 것(단병장용短兵長用)을 귀하게 여기니,
이는 곧 기예技藝 중의 묘한 이치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가까이 접근하면 장병기는 불편하고 단병기는 민첩해진다. 거리가 벌어지면 단병기는 공격거리가 미치지 못하게 되어 장병기가 유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장병기는 길게 찌르고 멀리 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병기처럼 짧게 사용 할 수도 있어야 한다. 비수처럼 짧게 줄일 수도 있고, 자루 부위로 치고 찌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단병기는 길게 사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짧은 것을 길게 사용한다는 것은 짧은 병기로 긴 병기를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빠른 보법步法으로 상대 가까이 접근하여 공격거리를 길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장병기, 단병기를 막론하고 능히 한 병기로 하여금 장, 단을 겸하여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